![]() ![]() 시퍼런 수박의 냉혹한 살결이 그 아래 이글거리는 숫사자 머리의 붉은 태양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정말이지 무서운 일이다 아무도 없는 벌판길을 걷다가 무심코 가다가 아무도 없는 과수원 숲길에서 푸른 잎사귀 아래 무시무시한 황금빛 사과가 숨어서, 아무도 몰래 숨어서, 태양처럼 불타는 표정으로 익고 있는 것을 마주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정말이지 무서운 일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다, 어느 곳에 숨어 있든지 버려져 있든지 죄 짓지 말고 나에게 알맞은 생명의 제목을 하나 골라 그렇게 태양의 형식으로 익어가는 것이다, 남몰래 익고 있는 것이다 < 태양의 형식 > / 김승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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