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당신은 평화동 사거리 신호등 앞에 서 있었습니다. 당신의 치맛자락에 산들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이 불자, 이마에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당신은 손가락으로 빗어 올렸지요. 손가락들을 따라 올라간 당신의 까만 머릿결을 곱게 따라 흘러내려간 햇살이 당신의 등뒤 치마 끝 마른 허공에서 반짝 떨어졌습니다. 나는 그때 머리를 빗고 내려가는 당신의 흰 손가락 끝에서 문득 가을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코스모스꽃처럼 화사한 무늬가 박힌 치마를 하늘거리며 또박또박 걸어 내 차 앞을 무심히 지나 시내쪽으로 가고 나는 차를 타고 구이 쪽으로 갔습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나는 모릅니다. 다만 당신이 세상 속으로 그렇게 가고 내가 가는 세상에는 가을이었습니다. < 가을, 평화동 사거리 > / 김용택 ... 藝盤예반 *.* |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에 홀리다' ♬ (0) | 2019.05.13 |
---|---|
'비 오는 날' ♬ (0) | 2019.05.10 |
'라면봉지의 노래' ♬ (0) | 2019.04.25 |
'가을 편지' ♬ (0) | 2019.04.22 |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 (0) | 2019.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