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의 시집을 읽으면 이제 혼자 살아도 무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죽은 지 십년도 더 지난 어느날 그의 시는 보
수동 헌책 골목 가난한 독자의 손길에 의해 거듭나서 이 세상
무관한 사람들에게 체온을 나누어주며 묵상에 잠긴 가로수 언덕
길 펼쳐놓을 것이다

죽은 친구의 시집을 펴들면 내 곁엔 지금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이 고요한 새벽으로 열린다 더 짙은 밤안개
끝에서 터지는 히아신스 꽃다발 같은 나의 이 풋풋한 미학

나 또한 참으로 미숙하게 끝장날 것이고 못다 쓴 시편 모서리
닳은 주소록 후배가 그려준 데생 같은 삶 이 세상 한 귀퉁이 툭
던지며 고요한 새벽의 통로를 따라 지워질 것이다 아름다운 사
람을 기다리며

              < 아름다운 사람 > / 이윤택

  
                 
                                                       ... 藝盤예반 *.*                          
                                                    

아름다운 사람 - 현경과 영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