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가 하오 네시의 태양이 목걸이처럼 걸어주는
그림자를 공터에 드리우고 있다
그림자는 길게 늘어난다

푸른 옷을 입고 그 집의 문으로 간다
문은 닫혀 있다
희디흰 잠이라도 자는 것인가
나는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누군가를 만나러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기어코 나는
그곳에 간 것이다
하지만 문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듯
굳게 닫혀 있다
굳게 닫힌 문에서
이 세상이 나를 거부하고 있다, 고 생각하니
고통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공터에 기이하게 늘어나 있는
하오의 나무 그림자를 본다
그림자에서 내가 본 것은 죽음
나는 오싹해진다

그때 멀리 천둥이 울고
흐득흐득 빗발이 땅에 떨어진다
풀들이 긴 머릿채를 땅에 끌며
젖는다
내 푸른 옷도 금방 젖는다

그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
내가 생의 모든 비밀을 탕진해버렸음을 알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이미 내 푸른 옷은
흠씬 젖어 있다

                    < 푸른 옷을 입고 그를 방문했던 날의 기억 > / 장석주    

  
                 
                                                       ... 藝盤예반 *.*                          
                                                    

Shadow of Your Smile - String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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