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색 배낭을 등에 메고
당신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지금쯤 청모자 위에 하늘을 얹고
케케묵은 선글라스를 콧등에 걸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풍류객이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어디멘가를 가고 있겠지요
가다가 새들이 넘나드는 산을 만나면
바위 위에 잠시 배낭을 풀어놓고
산과 마주 앉아
온갖 시름을 술잔에 부어가며
나무와 풀과 새들과 친구가 되어 있겠지요
그리고 강을 만나면
그 맑은 물에 마음을 다 보여주며
고기떼 들을 불러모아
당신의 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겠지요
당신은 떨어진 몇 개의 낙엽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가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의 살점인양
나뭇잎의 헐은 몸뚱아리를
갈바람에 쓸어주면서
아파도 이 나무 밑을 떠나지 말라며
어쩜 긴 한숨을 쉬고 있겠지요

                 < 당신의 여행 > / 유혈수

  
                   
                                                       ... 藝盤예반 *.*                          
                                                    

Travelling · James Spit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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