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장식이 없는
달력을 쓰기 시작하였다.
검은 선의 칸막이에 갇힌 숫자들,
1 2 3 4 ……29 30 혹은 31
배면은 그래도 언제나 희다.
흰 나날 속에 검게 박히는 발자국은
희망에 이르는 길인지,
절망에 이르는 길인지.
앞이라고 굳게 믿으며
뒤가 되어 밀리는 나날들.
오늘도 톱니에 뚫린 선을 따라
달력을 뜨르륵 찢어낸다.
번뇌의 나날들이 깨끗이 잘려나가고
역시 깨끗한 희망, 깨끗한 절망이
새롭게 펼쳐진다.
오늘도 □□□의 방에 빠져들었다,
잠결에 언뜻언뜻 건너뛰어
그대와의 약속시간을 찾아 나간다.
시간들이 거기 있고
비바람으로 물 고인 광장에는
햇빛이 스산히 풀리어 날리고,
우리는 대체로 그렇게 가난한
그대를 만난다. 오, 그대.
오로지 우리와 같은 그대여.
그대가 변함없이 따뜻해야만
우리는 내일도 끝까지 산다.

                 < 그대의 나날들 > / 마종하


                   
                                           ... 藝盤예반 *.*  
                                                    

Last Train Home - Ano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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