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켤까요 차창 너머
빠르게 지나가는 별들 무심하고
황급히 어둠 쪽으로 숨는 나무들
하나도 불러 세울 수 없으니

라디오나 켤까요 지상 어느 집으로든
가 닿아 있을 이 길의 끝까지
꽃을 뿌리듯, 못을 뿌리듯
미친 말들을 흘려놓을까요
내 것도,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또 내 것이며 모든 이의 것인
속삭이는 비수들

나, 섣불리 말을 가져
너무 많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어느 집도 환해지지 않았고
어느 상처에서도 꽃 피지 않아
귀를 닫고 혀를 베어버린 채
말들의 집인 세상을 떠나는
바람을 좇아 떠도는 길

딱딱한 확신으로
키가 자란 말의 얼굴 들여다보며
내 안에서 낯설게 거닐고 있는
말 저편의 말들과 만나고 또 헤어지며
겹겹 어둠 위에 바람이 새기는
침묵의 문장을 해독하려 하는데

슬픔을 끌까요 헛된 꿈을 지울까요
차를 세워 길을 멈추고
서늘히 천상의 말 다스리고 있는
별들이나 모두 불러 내릴까요

그저 라디오나 끌까요

                 < 라디오나 켤까요 > / 김형술 

                 
                                           ... 藝盤예반 *.*  


라디오 내 친구 - 조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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