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다 얘기를 하고 나는 부담감 없이
나비가 날고 있는 해안선을 그려 본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결치는 바다와 잔잔한 바다와 그 빛깔이
어떻게 다를까 생각한다
미지의 바다는 내 주위를 출렁이고
나는 바람이 되어 그의 바다를 흔든다
무엇이 그에게 바다 얘기를 하게 했는가
바다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헤아린다
별의 얘기든 새의 얘기든
나에게는 같은 가치란 걸 알고 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들어야 하고
그는 나를 위해 얘기를 하여야 하고
언젠가는 만날 주어진 명제를 위해
우리의 얘기는 참을성 있게 이어간다
그렇게 차츰 사이를 좁힌다
그는 얘기를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형식에 지쳐 형식을 버린 것인가
완전한 정적 속에 우리의 공간은 사라진다
우리는 눈을 마주보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는 그의 입술에서 장미의 온도를 느낀다


              < 장미의 온도 > / 김원호

                                                                           
         
                                  ... 藝盤 .

More Than Just the Two of Us · Dianne El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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