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집 앞에 비둘기 몇 마리 몰려와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있다
비둘기를 내려다보는 수선집 늙은 사내
그가 발을 딛고 싶은 곳은 딱딱한 아스팔트가
아니었다 푸른 하늘의 심장이었다
하늘의 심장에 발톱을 박고 싶었다
잘려나간 뭉툭한 손가락 세 개로도
그는 능숙하게 재봉틀을 돌린다
비좁은 수선집 한 귀퉁이
마시다 만 소주병과 김치 접시
불쾌해진 얼굴로 뽕짝을 흥얼거리며
뜯어진 바짓단 솔기를 꿰매고
이웃들의 가슴에 희망을 달아주는 사내
치마를 줄이고 바짓단을 잘라주는
그의 손에 날개 깃털이 들려져 있다
꼼꼼하게 날개를 이어 붙이는 그의 얼굴
수선집 안에 날개 퍼덕이는 소리 가득하다
재봉틀을 돌리는 그의 손끝에서
하얀 날개 퍼덕이며 꿈결처럼 날아오르는 새들
날기 위해 벼랑 위에서 수없이 뛰어내렸지만
늘 추락하는 세월이었다 피묻은 날개를 주워들고
벼랑 위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사내 하나
상처 입은 짐승처럼 걸어온 길들
돌아보면 세상은 곳곳이 벼랑이었다 떨어질지라도
사람마다 제 몫의 날개 하나가 필요한 것이다
수선집에 들어서던 손님들
그의 손에 들린 날개를 보지 못한다
그는 수선한 옷 속에다
날개 한 장씩 몰래 넣어 손님들에게 건넨다
재봉틀 돌리며 뽕짝을 부르며
실먼지 풀풀 날리는 수선집 안에서
튼튼한 날개를 만들기 위해
꿈을 한 땀 한 땀 박고 있는 사내 하나
날아오르기 위해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는
독수리 한 마리, 저 형형한 눈빛.

                 < 날개 만들기 > / 김옥숙
                                                                         
         
                                  ... 藝盤 .

Free as a bird (John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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