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건물 밖에 모여 옹기종기
담배 피우는 남자들을 보면 웃긴다
술에 취해 한 소리 또 하고 또 하는 사람들을 보면 웃긴다
(예전엔 나도 많이 그랬을 터)

화장을 고치는 여자, 운동을 하는 나이든 사람,
심각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그럼, 나는 무엇이 웃길까?)

요즘엔 밤마다 한숨 자고 일어나
컴퓨터를 켜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전에 읽었던 시집들 꺼내어 머리맡에 두고
다시 읽어 보기도 한다
(이 사람, 꽤나 괜찮은 시를 썼네 그려)

그러다가도 이내 안경 벗어 던지고
한숨 더 자 볼까 불을 끄고
다시금 눈을 감아본다
(아마 이런 구석이 내가 웃기는 대목일 터).

           < 웃기는 일 > / 나태주

                                                                        
        
                                  ... 藝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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