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서1동 산 18번지
무허가 간이 수선집이 있었다
의수족 아저씨는 십 수년 째
주일만 빼고 수선일을 했다
나는 팔 부러진 우산을 들고 찾아갔다
허름한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단골집 돌아서다 어둠 속
우두커니 서 있는 입간판에게 물었다
수척한 얼굴로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꺾어진 골목으로 어둠 몇 장 굴러다니고
영문을 모르는 바람이 틈새를 드나들고 있었다
맞은 편 산뜻한 수선집 미싱 요란하게
푸른 하늘을 박고 있었다
찾아준 은혜 잊지 못할 겁니다
헛걸음하게 해 죄송합니다
삐뚤한 글씨체가 손잡이 근처 붙어 있었다
나는 뜨거운 것을 목에 걸었다
발길을 돌려 건널목에 섰다
의수족 아저씨가
손때 묻은 연장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다
누가 맡겼다 찾아가지 않은 낡은 가방에
망치, 칼, 가위 쓰다 남은 실, 지퍼, 우산대 몇
땅으로 기우는 어깨 위에서 강물소리가 들렸다
아저씨가 자꾸만 되돌아보았다
신발 밑창에 친 못처럼 총총하게 박혀 있는
별을 올려다보며 헛기침을 했다
수선집 근처
굵은주름살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 수선집 근처 > / 전다형

                                                                        
         
                                  ... 藝盤 .


Michael Martin Murphey - Wild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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