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언덕길 금련암 우편함은 새집 모양이다 새집 모양으로 동백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다 지나는 등산객마다 우편함을 한번쯤 열어 보았는지 손때가 까맣게 묻어 있는 우편함, 새들도 들어와서 쉬었다 가는지, 새똥까지 하얗게 배달되어 있다 머귀나뭇잎 뒹구는 텅빈 구석엔 비오는 어느 밤 집없는 새들이 비를 피했는지 젖은 깃털 몇낱이 으슬으슬 바람에 떨고 있다 우편함이 새둥지가 될 수도 있다니, 골똘히 들여다보면 알껍질을 쪼아대던 부리끝처럼 뾰쪽한 햇살도 보인다 이따금 곰솔숲에 씻긴 파도소리도 말갛게 들려오는 금련암 우편함, 본디는 새집이었을까 새집이 우편함이 되었을까 스님은 무슨 多情이 그리 많아 새둥지를 우편함으로 갖고 사는지, 아무려나 해종일 아무도 오지 않는 숲속, 동백꽃이 붉은 소인처럼 찍혀져 있다 < 금련암 우편함 > / 송유자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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