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초저녁이
긴 한숨처럼
나뭇가지에 걸린다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길고 짧았던
하루는
말이 없고

무엇을 기억해야 할 지
더 어두워지기 전에
생각해 보지만

다행히도 기억할 만한
괴로움 하나 없다는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

어둠으로 내리는
침묵사이로
하나씩 둘 씩
산동네 창문마다
별빛처럼 켜이는

불빛을 따라
허수아비가 되어
달빛마중이나 가볼까

        

             < 저녁 2 >
/ 조정권

                                                            
     
                                  ... 藝盤 .


Blues Beatles - A Hard Days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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