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날엔 늘상 그렇지만 열시쯤 느지막이 일어난다
그러노라면 한지붕세가족은 대개 끝나가기가 쉽고
열전! 달리는 일요일을 보면서 늦은 아침을 먹고 나면
행운의 스튜디오나 일요큰잔치를 볼 때쯤이면
심드렁해진다, 그래도 참고 게으름을 피우며
팔꿈치를 베고 비스듬히 누워서는
전국노래자랑까지 본다, 물론 수도 없이 리모컨을 누르며
네댓 개의 방송을 골고루 시청한다
그래도 노래자랑이나 스포츠중계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무엇이 있음을 거듭 확인한 다음
마누라의 재촉을 거푸 들으며 그제서야
어슬렁거리며 목욕탕으로 간다

사우나실에 들어가면 대개 시선을 둘 곳이 마땅찮아
아예 눈을 감고 어설픈 명상에 잠기거나
뿌우옇게 먼지가 낀 티브이 화면을 본다
그러면 어김없이 당첨! 주택복권이 방송되곤 하는데
천체 모형처럼 생긴 추첨기마다 아가씨들이 붙어 서서는
번호가 적힌 공이 나올 때마다 얼굴 옆에다 대고는 웃는다
그 웃음이 묘하게도 간질간질한 무엇이 있다
상업적이면서 야리끼리한…그러면서도
처연한 안타까움 같은 무엇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드디어 찬물에 풍덩, 몸을 담갔다 나오면
피로에 찌든 몸이 제법 상쾌해진 듯하지만
하루는 그렇듯 가볍게 그대를 스쳐 지나가곤 하는 것이다

              < 쉬는 날 > / 엄원태

                                      
        
                                  ... 藝盤 .


The Velvet Underground, Nico - Sunday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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