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거리, 라고 쓰인 버스 표지판 가까이
비닐로 된 작은 집이 있고
반투명으로 세상이 내다보이는 그 유적의 집 속에
는개를 피워올리는 그녀가 있다
지붕 위에서 자꾸만 들썩이는 어둠의 무게에
휘청 휘어지는 허리를 곧추세우며 쓰윽 앞치마에
곤곤한 생활을 닦아내는 그녀위 손길,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녀는 나의 젊은 어머니이다
구공탄의 파란 불꽃을 한 장씩 넘기며
빵 틀을 돌려 물고기들을 구워내다가
차갑게 식은 오뎅 국물에 후우 온기를 불어넣어
세상의 안팎으로 는개를 피워올리다가
허위허위 어둠을 짚으며 쓰러지신……,
그녀의 는개는 어둠으로 휘어진 하늘을 밀어올리며
세상의 안쪽에서 세상의 밖을 향해 조금씩 스며나온다
그 아릿한 향기에 섞여드는
어린 날의 우윳빛 밀가루 반죽과
까무잡잡한 팥알들의 기억,
바람이 불면 기우뚱 버스 표지판이 흔들리고
어느 허술한 골목에서 끌고 왔을
그녀의 비닐 집이 앞섶을 드러낸 채 펄럭인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녀는 나의 젊은 어머니이다
바스락거리는 비닐을 들추고 들어서면
와그르 밀려드는 는개의 물보라
그렇구나, 어디에서고 는개는 소리 없이 떠다니며
비어 있는 내 몸을 적시고 있었구나
작은 비닐집이 만드는 세상의 안쪽에서
그녀가 막 구워낸 물고기를 받아들면
시린 뺨을 감싸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내 두 손은 따뜻하게 살아난다

              < 붕어는 따뜻하다 > / 염창권

                                      
         
                                  ... 藝盤 .


Undercover - Baker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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