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남녀가 나란히 누운 미라를 보았다. 삼천 년의 세월을 지척에 두고 마른 두 손을 쥔 연인 정경이 감동적이었다. 한때는 시가 삶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바람, 햇살, 들판, 시장, 창녀, 무지개…… 모든 것이 무작정 가슴을 들뜨게 했다. 세상은 오직 시를 위하여 존재한다고도 생각했었다. 눈을 뜨는 순간에서 눈을 감는 순간까지, 시는 밥이었으며 희망이었고 사랑이었으며 빛나는 광기였다. 다시 내 삶이 내 시와 일치되는 그런 순간을 꿈꿀 수는 없는 것일까. 삼천 년을 순간처럼 그렇게 지내온 미라의 연인처럼 내 시가 내 삶과 그렇게 꼭 두 손을 잡을 수는 없을까. 가을이다. 긴 사막의 어둠 속으로 낙타 한 마리가 간다. < 시인의 산문 > / 곽재구 ![]()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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