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빨래 집게가 힘이 없다면 그거 한마디로 잘라야 되지 않을까! 빨래 집게가 가장 빨래 집게 다울 때는 어떤 바람이 불어도 어떤 태풍과 폭풍과 악천후에도 끈질기게 빨래를 물고 있는 것 아닐까. 빨래 집게가 아무런 이유 없이, 별 볼일 없는 충격에도 빨래를 놓아버린다면, 빨랫줄에 아무 흠이 없는데도 빨래를 자주 떨어뜨린다면 주인이 볼 떄 황당하지 않을까. 참새가 아닌 빨래 집게가 빨랫줄에 줄지어 선 이유가 무슨 인테리어 감각 때문이랄지, 햇빛과 바람을 마음껏 즐기며 일광욕을 하라는 일은 아닐 것이다. 선문답하는 산중의 스님처럼 허공과 바람을 물어뜯으라고 걸려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빨래 집게는 오로지 빨래만을 위해 존재한다. 빨래가 날아가지 않게 감독하고 햇빛과 바람을 골고루 쐬면서 잘 마르기 위해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어명이라고 빨래를 놓는단 말인가. 한시도 헛눈 팔면 안 된다. 즈이가 무슨 눈이 달려 있어 지나가는 아가씨 젖가슴이라도 훔쳐본다는 말인가. 호떡을 먹는가, 어묵을 먹는가, 순대를 먹는가, 오리만큼이나 작은 입으로 막걸리라도 마신 적이 있던가. 아무런 이유 없이 빨래 집게가 빨래를 놓아버린다면, 폐기 처분해 마땅하다. 의원 면직은 너무 사치스럽고 정리 해고도 아까운 말이다. 그런 빨래 집게는 파면이 적당하다. 왜냐하면 본때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빨래 집게가 합당한 이유 없이 빨래를 싱겁게 떨어뜨린다면 도대체 빨랫줄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기 때문이다. 허공에 빨랫줄이 걸려 있는 까닭은 줄광대의 묘기를 위해서도 아니고 참새를 위해서도 아니요 잠자리들 낮잠을 위해서도 아니고 오로지 빨래를 지상의 이물질을 묻히지 않고도 바람과 태양 광선을 가장 적절하게 이용해 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빨래 집게가 없는 빨랫줄도 그렇지만 빨랫줄 없는 시골집 안마당도 아름다운 풍경은 못 된다. 빨랫줄이 없다면 사람들은 잠시나마 자기의 혼백을 허공에 풀어놓을 수 없다. 돌 위나 풀밭이나 나뭇가지에 걸어놓는 것은 유목민이나 하는 짓이지. 하긴 모든 인간들은 천성이 유목민이긴 하지만. 어쨌든 빨래 집게가 거꾸로 매달려 온몸의 피가 눈알로 몰려 결국은 혈관이 터져 죽는 일이 있어도 절대로 빨래를 물고 있는 이빨을 풀지 않는 이유는 저 지독한 삶에 대한 애증이리라. 독한 짐승 사람을 보아라. 죽은 지 몇백 년, 혹은 몇천 년이 지나 뼈만 남아 있어도 이빨만큼은 흙을 끝까지 물어뜯고 놓아주질 않고 있더란 말이다. 하긴 죽어서도 무엇인가 꼭 물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들의 쓸쓸함이란..... 장동 마을 시골집 안마당에는 고추와 참깨와 함께 탈골된 육신에서 혼 빠져 나가는 소리, 눈부시다. < 그 숲길에 관한 짧은 추억 -4 > / 유용주 ![]()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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