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배를 아십니까.
돛대에 넓은 천을 달고서 바람을 받아 가는 배.
내겐 휘고 오래된 배가 한 척 있습니다.
눈에 담아 두고 가끔 거풍하듯 꺼내어 보는,
언젠가 풍석(風席)배라 이름하던 작은 배.
그래요 정작 선주는 제 아버지입니다.
명지 끝물 일웅도 모래톱까지 데려다 주곤 하던,
지금은 동력선이 된 그 배가 예전엔 돛단배였습니다.

일웅도 모래밭 그 하이얀 파꽃 너머 눈물로 얼룩진 물새알.
물새의 연한 발자국 폭 가득 풀어도 진정 못한 울렁임 실어주던
잠자는 바람 탓 없이 조용한 노를 저어 돌아오려면
바람없인 어쩔 수 없는
무능을 무안해하던 돛대, 물살,
그 깊이는 몰라도 강물에 제 모습을 비춰보던 아버지의 돛대.
돛대의 무안을 그떄 보았지요.

일웅도 물새떼 울음소리도 새의 연한 발자국도
밀려드는 강물자락에 지워지고 없습니다. 돛배를 보셨습니까.
돛배에 황포를 달고 바람을 받아 가던 배
그러나 지금은 풍석에 누우신 제 아버지를 닮은 배.
내 넓은 무안을 달고서 흘러가는 작은 배를 누가 보셨습니까.
내 선창에 닿지 않은 그 배, 오늘은 어디로 항한답디까.

             < 돛배를 찾아서 > / 문정임
                              
       
                              ... 藝盤 *.*


작은 배 · 조동진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아침' ♬  (0) 2017.10.17
'마음의 달' ♬  (0) 2017.10.16
'반성 608' ♬  (0) 2017.10.13
'마침내 바보가 되다' ♬  (0) 2017.10.12
'나는 집에 홀린다' ♬  (0) 2017.10.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