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의 술잔에 조금 취했던 것도 아니다
투명한 대낮 늘 다니던 골목길에서 뜻도 없이
와르르 ! 하늘을 한쪽으로 밀치며
화형식 불꽃 속의 허깨비처럼 고꾸라졌다
빨간 피 시멘트에 후두둑 쏟아지는데
네, 네에 잘 알겠습니다
오체투지 그대로 땅에 엎어져
눈물나고 평화로워라온 생애가 일시에 가뿐할 뿐이다
내 몸에 이런 뜨거운 전율이 숨어 있었다니

끝내 빳빳하던 이마
더 이상 낮출 수 없이 겸허히 땅에 대고 보니
온통 아늑한 살결일 줄이야
눈앞에 부서지는 별들을 헤치고 일어나
비로소 사방 돌아다본다
보아라, 이마에 찍힌 이 싱싱한 불두(佛頭)
나 홀연히 니르바나에 임했노라

              < 낙상 > / 문정희

           
      
                             ... 藝盤 *.*

Oasis - Falling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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