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 타고 삼거리 지나는데 굵은 비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국 쑥국 쑥국새처럼 비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 문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몇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

          <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 / 박철 


   
                                                        ... 藝盤 *.*

하루아침 · 한대수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계 소리를 듣다 보면' ♬  (0) 2017.05.27
'소나무' ♬  (0) 2017.05.26
'어느 시인의 흙집일기' ♬  (0) 2017.05.24
'학교에서 배운 것' ♬  (0) 2017.05.23
'동해남부선' ♬  (0) 2017.05.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