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가 보이는 작은 역에 기차는 서서
이제 막 다다른 봄볕을 부려놓고
동해남부선은 남으로 길게 떠나는데

 방금 내 생각을 스친, 지난날의 한 아이가
정말 바로 그 아이가, 거짓말처럼 차에
서 내려
내 차창 옆을 지나가고 있네
아이를 둘씩이나 걸리고 한 아이는 업고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내가 예전에 이곳 바닷가에서 일하던 때
소나기에 갇힌 대합실에서 오도가도 못
하던 내게
우산을 씌워주고 빌려주던 아이
작은 키에 얼굴은 명랑한데
손은 터무니없이 크고 거칠었던 아이
열일곱이랬고 삼양라면에 일 다녔댔지
우산을 돌려주러 갔던 자취방 앞에서
빵봉지를 들려주다 잡고 놓지 못했던 손

누가 저 아이 짐 좀 들어주오
기차는 떠나는데
봄볕이 그 아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데
누가 제발 저 아이 짐 좀 들어주오

              < 동해남부선 > / 백무산


     
 
                                                        ... 藝盤 *.*

Blue Train · John Colt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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