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내는 커튼을 연다 밤의 내장이 훤히 다 보이는 창문 이 집에선 참 많이도 아팠다, 사내는 옷 가방 위에 걸터앉아 방안을 돌아다본다 고장난 싱크대에 卒卒卒, 소리 아래엔 장기알 몇 개가 고여있다 뭉치가 되어 구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사내는 흰 편지봉투에라도 담아 달에게 보내주고 싶었다 잠시 손톱을 깎으며 사내는 달을 본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혼자 떠도는 것들은 모두 외통수다, 마지막으로 사내는 엑스레이 필름처럼 흰 뼈가 다 비치는 달을 가져가고 싶다 누구든 통째로 집을 들고 이사갈 수는 없다 창문을 열고 홀로 내다보던 쓸쓸한 풍경 서너 장을 겨우 스티커처럼 기억 속에 붙이고 갈 뿐이다 사내는 가방의 바깥 지퍼를 열어 창뜰에 꽂힌 자신의 증명사진 한 장을 넣는다 끝이다, 문이 닫힌 빈 방은 오래도록 혈우병처럼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卒卒卒, 사내는 천천히 현관문을 닫으며 어둠 속으로 흘러간다 < 달과 함께 흘러가다 > / 최금진 ![]()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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