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더
참을 수 없는 것들은
쓰러지면서 덩어리가 된다.

얼음덩어리와 함께 돌아온 사내를 보았다.
대림산업 현장소장이었던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뜨거운 모래벌판 달리다가
앞바퀴 빠져 시체로 귀국할 때
알루미늄관 속에 넣은 드라이아이스,
고등어자반 소금에 절이듯
이리저리 얽어맨 몸 부위부위
더글거리던 덩어리얼음
소복 입은 그의 아내 그 곁에서
또 하나의 큰 얼음덩어리로 서있었다.
얼음도,
차가움의 근원은 저 눈부신 흰 눈이었는데
그 포근했던 기억의 가루도
북풍 앞에 쓰러지면 바로 덩어리가 되었다.
몹시 아프고 나면 그 끝에 덩어리가 매달린다.
뭔가 방울방울 떨어져 녹아내리면서……
단단했던 기억의 참나무도
나무로 치솟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숯덩이가 되었다.
덩어리들은 매일 밤 꿈을 꾼다.
별안간 뽀얀 가루가 되는 꿈을 꾼다.
뿌리를 타고 올라가
다시 나무가 되는 꿈을 꾼다

참나무를 자꾸 베어 숯을 구워내도
내 안의 아픈 산들은 나무로 울창하다.
저 포근했던 가루, 사랑의 기억 때문에

                  < 가루를 향하여 > / 최문자     

                                               
                                    ... 藝盤 *.*          
 
 
Gregorian Chant Kyrie Ele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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