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Suffering

   2001년9월11일 뉴욕 쌍둥이 빌딩 폭파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저술가
인 바바라 킹솔버(Barbara Kinsolver)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답이 있긴 하지만 전혀 답이 없기도 하다. 그렇게 죽음을 당해야 할 
어떤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저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원래 삶이란 언제나 그래왔다. 늙어가고, 암에 걸리
고, 굶주리고, 비행기가 추락하고……. 축복도 있고 기적도 있다. 그리고 
처참한 불운도 있고, 불확실한 미래도 있다. 우리는 삶이 마치 전략만 잘 
짜면 이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처럼 되길 바라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겉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고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내는 능력은 우리
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축복'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해산의 고통, 훈련
의 고됨, 수술의 아픔 같이 분명한 목적을 전제로 하는 한 우리는 그런 고
통을 기꺼이 감수한다. 하지만 그 고통의 의미를 모른다면 대부분은 (C.
S. 루이스가 표현했듯이) 수술대 위에 놓인 고양이가 자기를 치료하려는 
의사와 자신을 죽이려는 해부학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의
사를 할퀴고 물려고 하는 것과 똑같이 반응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알렉산더 솔제니친(Alexander Solzhenitsyn)처럼 납
득되지 않는 고난도 겸손히 받아들이면서 그 고통이 가져오는 변화에 자
신을 내맡길 줄 아는 사람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시베리아의 끔찍
한 강제 수용소에서 솔제니친은 자신이 왜 감금돼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
를 찾느라 몇 년을 몸부림쳤다.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이해하든 하지않든 
상관없이 고통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새로운 
통찰에 눈을 뜨게 된다.

「그때 나는 고통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 인간 존재의 의미는 
우리가 늘 그렇게 생각해왔듯이 성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성장하는 데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가한 
자들이 오히려 가장 끔찍한 형벌을 받은 게 된다. 그들은 인간 이하의 존
재로, 짐승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또 그런 시각에서 보면 실제로 형벌을 
받는 쪽은 그런 성장의 희망을 거부하는 이들이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나는 내 삶과 투쟁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
아왔다. 내게 유익했다고 오랫동안 믿어온 것이 실제로는 치명적인 해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는 지금까지 내게 진실로 
필요한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수영이 미숙한 사람을 파도가 덮쳐서 해변으로 자꾸내동댕이치듯이, 나
도 역경의 파도를 만날 때마다 고통스럽게 해변으로 퉁겨졌다. 하지만 바
로 그 때문에 나는 내가 참으로 가고자 갈망했던 길을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감옥 생활 내내 엄청난 무게로 내 굽은 허리를 더 굽게 만든 근
본적인 문제, 즉 '인간은 어떻게 악하고 선하게 되는 것일까'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젊은 날의 성공에 도취돼 있을때만해도 나는 내가 완
전히 옳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잔인했었다. 권력의 포획 아래서 나는 
살인자였고 압제자였다. 내가 가장 악한 짓을 하는 순간에 나는 선을 행
한다고 확신했고, 빈틈없는 논리로도 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썩어 가는 감옥의 지푸라기 위에서 처음으로 내 마음속에서 선(善)이 꿈
틀대며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고통이 사라질 날 만을 고대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고, 아예 고
통이 없는 것처럼 자신을 속이며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암으로 아들
을 잃은 프란은 그런 노력은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힘들게 만들 뿐
이라고 말한다.

「고통은 영원히 연기될 수도 없고 피해 가는 길도 없다. 나이가 먹고 실
패를 경험하고 나서야 나도 이것을 깨달았다. 만약 내게 고통이 다시 닥
친다면 나는 그것을 붙잡고 싶다. 인생은 고달프다. 그리고 아무리 인생
을 부드럽게 살고 좋게 만들려고 해도 상처를 주는 일은 있게 마련이다. 
인생의 여정에서 고통에 맞닥뜨렸을 때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히는 편이 
낫다. 고통은 결코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고통의 짐을 당당하게 짊어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몸과 마
음이 완전히 망가지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지쳐서 비틀거리는 것이 보통이
다.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고통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을 
믿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끔찍한 고통을 이겨내
고 그 고통을 헤쳐나간 뒤에 휠씬 강한 모습으로 변한 사람을 많이 봐왔
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고통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히려 고통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기회 - 우
리를 정화하고 새롭게 하는 계기- 가 될 수 있다. 작가 자신이 고난에 익
숙했던 도스또예프스끼는 <죄와 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지금은 
내 말을 믿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고통은 위대하다는 사
실을……." 고통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이런 식으로 말 할 자격이 있기 때
문에, 우리는 이런 말을 쉽게 다른 사람에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게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Johann Christoph Arnold, 『두려움 너머로』(원제 Be Not Afraid: Overcoming The Fear Of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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