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기서 길을 버리면 어떡하냐는 내 건짜증만으로도 절벽은 무너질 기세로 콜록거렸다 침묵이란 사실 이런 거 아니냐는 듯 울컥 명치 끝에 걸린 멀미도 넘어오지 않고 바람은 마음 속에서만 소용돌이쳤다 저기 위태로운 칡덩굴 하나 목숨 건 곡예 부려 바위를 쪼개는데 진짜 침묵은 말이 없어도 바위를 쪼갠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많은 날들이 더 지나야 내 들끓는 욕망은 투신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말 없는 사람이 될 거라며 두 주먹 불끈 쥐어보지만 늘 그렇듯이 세월은 지나간 세월만 세월이고 너무 지루하고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고 늘 그렇듯이 지금쯤은 침묵해야 한다고 다짐할 때마다 절벽 앞에 선 기분이고 절벽은 그래서 언제나 절박하다 < 절벽은 절박하다 > / 강연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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