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에서 한 시간쯤 되는 어디 시골에 한 쉰 평쯤 땅을 마련할까봐 아니 시골땅 쉰 평은 손바닥 같지 한 백여 평쯤 터를 장만해서 흙벽돌 이겨 집 한 채 지을까봐 예절과 고지서와 납세필증 다 버리고 분홍빛 몽상으로 새벽등 밝히던 그 젊은 날의 걸음걸이로 달려가서 호박넝쿨처럼 싱싱하게 퍼져나가는 시골 들녘 지붕 아래 살고 싶어 1가구 2주택 세금이나 왕창 물고 아파트 청약자격도 다 뺏길텐데? 오냐오냐 하기사 그렇긴 하지만 나는 정말 서울에서 떠나고 싶은가봐 새봄 되어 흙향기 미치도록 퍼져오르고 겨우내 잠들었던 풀뿌리 숨터오르는 아 안달날 것 같은 이른 봄 아침에 하늘이 그 아래 땅 가까이 내려와 삼동을 지나 눈뜨는 새생명 축복하는 곳 한 쉰 평쯤 아니 백여 평쯤 터를 장만해서 열 평 남짓 조그만 집을 지을까봐 민들레꽃 바람에 날리는 울타리에 산 철쭉꽃도 한 두그루 심고 이제는 다 떠나버린 옛친구들 불러모아 잊을 뻔한 얼굴 자세히 들여다볼까봐 시골땅 요즘 평당 얼만지나 알아? 그 자세한 사정이야 내 모르지만 새봄 되어 흙덩이 들추고 소생하는 풀잎이 제가 차지한 하늘이 몇 평인지 모르듯 그러나 하늘의 천둥번개와 우박과 소낙비 피어오르는 무지개빛 다 알고 있지만 풀잎이 차지한 하늘이 몇 평방 미터되는지 풀잎 스스로 모르듯 나도 모르면 됐지 세상물정 눈뜬 장님인 나는 헐 수 할 수 없나봐 아아 봄이다 기막히는 봄이 또 왔다 < 이른 봄 아침 > / 오탁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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