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닦고 또 닦으신다 간신히 기동하시는 팔순의 어머니가 하얀 행주를 빨고 또 빨아 반짝반짝 닦아놓은 크고 작은 항아리들…… (낮에 항아리를 열어놓으면 눈 밝은 햇님도 와 기웃대고, 어스름 밤이 되면 달님도 와 제 모습 비춰보는 걸, 뒷산 솔숲의 청솔모 다람쥐도 솔가지에 앉아 긴 꼬리로 하늘을 말아쥐고 염주알 같은 눈알을 또륵또륵 굴리며 저렇게 내려다보는 걸, 장독대에 먼지 잔뜩 끼면 남사스럽게 ……) 어제 말갛게 닦아놓은 항아리들을 어머니는 오늘도 닦고 또 닦으신다 지상의 어느 성소인들 저보다 깨끗할까 맑은 물이 뚝뚝 흐르는 행주를 쥔 주름투성이 손을 항아리에 얹고 세례를 베풀 듯, 어머니는 어머니의 성소를 닦고 또 닦으신다 < 어머니의 聖所 > / 고진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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