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신문에 내 시가 실린 날 작업반 친구들과 소주를 마셨다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친구들은 매듭 굵은 손으로 석쇠 위의 고깃점들을 그슬러주었지만 수돗물도 숨차 못 오르는 고지대의 전세방을 칠년씩이나 명아줄풀 몇 포기와 함께 흔들려온 풀내나는 아내의 이야기를 나는 또 쓰고 싶다 방안까지 고드름이 쩌렁대는 경신년 혹한 가게의 덧눈에도 북풍에도 송이눈이 쌓이는데 고향에서 부쳐온 칡뿌리를 옹기다로에 끓이며 아내는 또 이겨울의 남은 슬픔을 뜨개질하고 있을 것이다 은색으로 죽어 있는 서울의 모든 슬픔들을 위하여 예식조차 못 올린 반도의 많을 그리움을 위하여 밤늦게 등을 켜고 한 마리의 들사슴이나 고사리의 새순이라도 새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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