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진 자리에 나뭇잎 있던 흔적조차 없다 두고 떠나온 자리에 이젠 내 삶의 흔적 흘린 땀방울 하나 자취조차 없다 누구도 서로에게 확실한 내일에 대해 말해줄 수 없는 시대 돌아보면 너무도 많은 이가 벌판이 되어 쓰러져 있는 저녁 얼음을 만진 듯한 냉기만이 얼굴을 쓸고 가는데 우리 생의 푸르던 날은 다시 오는 걸까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긴 겨울 잡목덤불 헤쳐 새 길을 내야 하는 이 늦은 시각에 다시 등을 기대고 바라보는 나무의 빈 가지 그러나 새 순 새 가지는 잎진 자리에서 다시 솟는 것임을 믿을 수밖에 없는 그렇게 나무들이 견디며 살아왔듯 그때까지 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는 < 빈 가지 > /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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