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입구 ― 말라깽이가 된 태양이 시퍼런 하늘에 누워 있다. 바람의 호스를 따라 항암제가 흐른다. 머 리칼이 몽땅 빠진 나무가 사지를 비틀며 별을 바라본다. 별은 너무 멀리 있다. 까마귀 떼가 몰려와서 가지 위에 내려앉는다. 가지는 무거워 몸을 축 늘어뜨린다. 어머니의 눈 속에서 노을이 붉어진다. 붉은 노을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간다. 그녀의 몸은 반쪽이다. 반쪽은 무덤가에 있다. 별이 먹구름에 가려진다. 겨울 ― 벽 벽 벽 벽, 벽이 솟는다. 나무의 키가 점점 줄어든다. 비둘기들도 나무를 외면하고 건물 위에 둥지를 튼다. 다리가 무너진다. 세상 소식이 끊긴다. 길들이 얼어붙는다. 얼어붙은 길 위에 눈사람 하 나 놓여 있다. 코도 삐뚤 입도 삐뚤 눈도 삐뚤 삐뚤인 인생이 하나 놓여 있다. 어머니는 두 눈 속으로 나무를 옮겨 심는다. 나무 위에 따스한 햇살이 내린다. 하늘보다 더 푸른 웃음이 쌓여간다. 겨울 출구 ― 목련의 하얀 힘줄이 불거진다. 봄이 하얗게 오려다 주춤주춤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은 박 사이로 즉석 복권의 행운 숫자가 빗나간다. 굵은 햇살이 눈사람의 살을 긁어댄다. 하얀 살에서 투명 한 피가 솟는다. 나는 눈사람을 커다란 냉동실에 집어넣는다. 모자 밖의 계절은 지칠 줄 모르고 달려간다. 네 명의 주자가 바통을 주고받으며 여전히 트랙을 돌고 있다. < 모자 속의 산책 > / 여정 ... 藝盤예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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