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의도 지하철 공사장 지나가다가 길이 막힌 철판 위에 서 있으려니 좌회전 우회로를 가리키는 늙은 인부 한 사람 거무튀튀한 얼굴과 귀에 익은 쉰 목소리 안전모 쓰고 노란 깃발 흔드는 모습 돌아보니 틀림없는 석근이 국민학교 시절 닭쌈 잘하던 놈 돌처럼 무겁게 시골에 뿌리박고 농사꾼으로 한평생 살아온 친구 지난 가을 시제 때 말했었지 쌀농사 공들여 지어봤자 한 가마에 십이만오천원 한 섬지기라야 별것 아니여 겨우 먹고 살 수는 있다 해도 아이들 가르치기는 힘들어…… 고향의 담북장과 동치미 맛 쉰살이 넘도록 지켜왔는데 넓은 멧갓과 적잖은 논밭 놀려둔 채 일당 오만원의 일용잡부가 되어 마침내 서울로 올라온 석근이 안전모와 작업복이 어색한 농부 < 석근이 > / 김광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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