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의 곤충기 1' ♬

외톨이 벌 한마리가 팽그르르 한바퀴 돌고 나더니 숨이 멎는다. 몸부림 한편 남기지 않은 채, 아파트 화단에 나가 벌을 묻어준다. 무덤을 만들고 흙부스러기를 무심히 끼얹은 순간 내 손 밑에서 꿈틀거리는 날카로운 예감 하나. 잃어버린 짝을 찾아 눈 가리고도 수천 수만리를 단독 비행해 온다는 벌 이야기가 떠올랐다. 먼 옛날로부터 사람은 날개 터는 벌이 아니었을까 마주치는 얼굴마다 온종일 붕붕거리기만 한다. 꿀벌이었다가 뒝벌이었다가 말벌이었다가 어리뒤영벌 혹은, 일벌이 되는.... 어디선가 제짝이 정적을 가르고 날아올지 몰라 별빛이 두드리지 않는 날에도 모두 열어놓기로 했다. 내안으로 날아 들어올 날카로운 원시음 하나를 위하여...                 < 파브르의 곤충기 1 > / 노향림                                                      ... 藝盤예반 ＊.＊ =  Priscilla Ahn - 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