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궤도' ♬

산의 길들이란 헝겁 띠처럼 흩날리고 있어 바람의 기운은 죽은 세계라도 뒤섞을 듯, 막기 벅찬 적처럼 폭풍이 가깝다는 것인지 때는 힘에 미친 듯한 숨막힘뿐. 어떤 공포는 견딜 수 있지만 바람은, 분노와 합일한 바람은 산등성이 억누르고 무거운 산그림자마저 잡아 젖혀버리는 그것은, 오고야 말 딴 세대인지 이제 가슴을 설레면서 바람을 얘기하기보다 그것이 하고자 하는 대로 버려둘 일. 정신을 부수고 그것이 우리들의 묘지를 준비하더라도 내버려둘 일. 전생애를 나쁜 과제에 바치기 위해 광포한 것은 아닐 테지만 바람은, 그것이 일순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분노와 합일한 바람은 정녕 지난날의 맹목과는 다른 궤도이다.                   < 바람의 궤도 > / 양진건                                                                     ... 藝盤예반 ＊.＊   Seals & Crofts - Windflow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