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무수한 방향으로 길을 떠나듯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하여 머리를 두고
누워 있는 우리.
저마다 다른 곳의 바람에 살갗이 터
숨쉬는 우리.
외롭다고 잠을 자는 우리.
잠 속에서도 만나지 못하는 우리.
간혹, 어떤 사람의 머리꼭지를 보고
보일뿐인 우리.
물집오른 발바닥을 부딪히며
다시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하여 머리를 두고
누워
지쳐 숨쉬는 우리.

1
어느 잠.
나는 아름다운 바다에 이르렀다.
해안의 절벽 위에서 나는 보았다.
릴낚시를 던지며 외치는 사람.
함성을 지르며 파도를 맞는 사람.
바다 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
반짝이는 흰 돛단배를.

벌거벗은 바닷바람은 나의 마음을 끌어
나는 바위를 타고 내려갔다.
여느 갈매기보다 훨씬 작은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며 날아올랐다.
바위는 죽은 갈매기와 깃털과 오물
그리고 빨아올려진 바닷기로 질척거렸다.
머릿속에 가까와지는 바다가 가드가
나는 무릎과 손바닥을 즐거이
더럽혔다.

바다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유쾌한 사람들도 흰 돛단배도
본 적이 없는
적막한 바다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나는 몸을 기울여 그를 어루만졌다.
나는 볕을 쪼이고 있는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햇살이 바람에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결을 따라
바다 끝을 바라보았다.
산들산들 졸음이 불어왔다.
바다는 내 발등을 베고
순한 강아지처럼 잠들었다.

2
그 해안에 들른 것은 우연이었다.
그래서 전혀 길을 모르겠다.
눈을 감고 나는 되뇌인다.
그곳으로 가자.
그곳으로 가자.

가끔 마부는 비슷한 곳에 데려다주기는 한다.
한 사람의 머리꼭지쯤은 보여준다.
하지만
유쾌한 사람들이며
흰 돛단배
하얀 파도가 감춘
고즈넉한 그 바다는
다시 못
만났다

                 < 원무 > / 황인숙


         
   
                                                      ... 藝盤예반 *.*


 
Queen - Seaside Rendezvo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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