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밝아진 날에는 들을 수 있다.
밖으로 가는 노인의 발 소리를
물은 찰랑거린다.
그의 푸른 물통 속에서
그가 밭에 도착할 때 쯤이면
물통에는 물이 반만 남는다.
반쪽에는 피가도는 그의 몸처럼
물은 찰랑거리며 그의 낡은 바지를 적시고
마른 길 위에 매일 젖은 길 하나를 낸다.
그 길은 오후가 되기전에 사라져 버리곤 했지만
사라진 길위에 다시 젖은 길을 내는 그를
나는 어느새 상추나 쑥갓, 아욱처럼 기다리게 된 것이다.
며칠째 그가 지나가지 않고
오늘은 내가 물통을 들고 그의 밭으로 갔다.
그가 네번 오갈 것을
나는 두번만에 물을 다 주었다.
잘 자라난 상추나 쑥갓, 아욱, 파, 시금치 들에게
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깨달았다.
푸성귀들을 키운 것은 물이 아니라는 것을
반통의 물을 잃어버린 그의 발자국 소리였다는 것을

                 < 젖은 길 > / 나희덕


         
   
                                                      ... 藝盤예반 *.*


 
Ambrosia - Drink Of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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