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헤밍웨이가 왜 복싱을 즐겼는지
도스토옙스키는 또 왜 장땡잡는데 미쳤는지
알 만한 나이가 되었지?
어느날 문득 내 몸 속의 피 우 들끓어오르며
눈두덩이며 사타구니며 툭 투욱 두드러기로 솟구칠 때
나는 신분증명서를 반납하고 시간표 밖으로 걸어 나왔다
썰렁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외롭다

2

오늘은 일금 삼천원을 지불하고
백 년 쯤 후 도시로 입장해 본다
수소폭탄으로 고철더미가 된 거리
레이저광선이 번쩍번쩍 날고
쇠붙이들이 파란 눈을 깜박거리며 사람행세를 하는 지구
나는 결코 죽지 않았는데
내가 없다

3

그러나 친구여 헤밍웨이가 왜 복싱을 즐겼는지
도스토옙스키는 또 왜 장땡 잡는데 미쳤는지
너는 이해할 수 있겠지
켸켸묵은 산해경 한 권 옆구리 끼고
아무도 없는 땡볕 어슬렁거리머
다시 사람을 찾아나설 일
좌판을 벌이고 앉아 안경알을 닦을 일이다

              < 사람냄새 > / 이윤택

                                      
        
                                  ... 藝盤 .


Bee Gees – Lonely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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