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다방에 와서 빈 찻잔을 들며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려보았는가
소요산 그 어디께 바람에 떠는 나무에 눈길을 주고
아직 가지 않은 차를 타본 적이 있는가
바람 부는 밤 홀로 자리에 일어앉아
저 산봉우리를 넘어와 뜰앞 나무에 매달린
떠도는 사람의 울부짖음을 들어보았는가
연을 날려보았는가
시간을 거슬러 네 연줄을 타고 날아온
그 옛날 원효와 요석의 속삭임은 들리던가
칠흑같은 어둠 속
갈라진 수탉의 긴 울음소리와 다시 그 어둠 속
어디선가 잠들지 못한 아기의 불같은 울음소리의
두려움을 느껴보았는가 몸서리쳐보았는가
끊어보았는가 미친 듯 나부끼는 네 연줄을 끊어
어디 칼바위 모서리 혹 노호하는 바다 한가운데
네 벌거벗은 몸뚱이를 메어쳐보았는가
거기 낯선 마을의 비인 거리엔 이미
세월의 저편으로 떠나간 사람의 그림자만이
석양에 흔들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는가 보았는가


               < 연 > / 박형진

  
               
                                                       ... 藝盤예반 *.*                          
                                                    

Bryan Adams - Have You Ever Really Loved A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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