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사 때 성스럽게 긋던 성호를 이제 함부로 긋는다. 봄날 노란 병아리 떼 같은 울타리에 매달린 개나리꽃을 보며 바보처럼 실실 웃으며 가슴에 성호를 긋는다. 까마득한 하늘 비 내리는 것에 대해 한적한 밤길 가끔 만나는 자동차 불빛에 대해 아스발트 길에 치어죽은 개죽음에 대해 화살기도로 성호를 긋는다. 출근길 지나치는 꽃상여 영구차를 위해 무더운 여름 한낮 몸통째 뚝뚝 떨어진 능소화를 위해 오늘도 함부로 성호를 긋는다. 오래 앓다 죽은 젊은 영정 앞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죽는 내 영혼을 위해 쉽게 긋는 성호에 대해 성호를 긋는다. < 함부로 성호를 긋다 > / 강경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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