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에서 한 빈집을 내려다보았다 빈집에는 무언가 엷디엷은 것이 사는 듯했다 무늬들이다 사람들이 제 것인 줄 모르고 버리고 간 심심한 날들의 벗은 마음 아무 쓸모없는 줄 알고 떼어놓고 간 심심한 날들의 수없이 그린 생각 무늬들은 제 스스로 엷디엷은 몸뚱이를 얻어 빈집의 문을 열고 닫는다 너무 엷디엷은 제 몸뚱이를 겹쳐 빈집을 꾸민다 때로 서로 부딪치며 빈집을 이겨낸다 언덕 아래 빈집 늦은 햇살이 단정히 모여든 그 집에는 무늬들이 매만지는 세상 이미 오랬다 < 무늬들은 빈집에서 > / 이진명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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