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에서 한 빈집을 내려다보았다
빈집에는
무언가 엷디엷은 것이 사는 듯했다
무늬들이다
사람들이 제 것인 줄 모르고 버리고 간
심심한 날들의 벗은 마음
아무 쓸모없는 줄 알고 떼어놓고 간
심심한 날들의 수없이 그린 생각
무늬들은 제 스스로 엷디엷은 몸뚱이를 얻어
빈집의 문을 열고 닫는다
너무 엷디엷은 제 몸뚱이를 겹쳐
빈집을 꾸민다
때로 서로 부딪치며
빈집을 이겨낸다
언덕 아래 빈집
늦은 햇살이 단정히 모여든 그 집에는
무늬들이 매만지는 세상 이미 오랬다

             < 무늬들은 빈집에서 > / 이진명

                                                                         
          
                                  ... 藝盤 .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 Ramin Karimloo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지는 존재의 가벼움' ♬  (0) 2018.07.03
'3분 동안 못할 일이' ♬  (0) 2018.07.02
'驛' ♬  (0) 2018.06.29
'사이 - 통일호' ♬  (0) 2018.06.28
'내 그림자에게' ♬  (0) 2018.06.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