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여덟 마리를 낳아 젖을 물리던 어미돼지가 하루
는 돌연 미친 듯이 새끼들을 다 물어 죽여버렸다. 이 이
해할 수 없는 돼지우리 안의 대사건에 주인은 처음엔 슬
퍼하다가 나중에는 화가 났다. 돼지 여덟 마리면 돈이 얼
만데, 그 돈을 다 거름으로 만들어버렸으니 화가 날 수밖
에. 그렇다고 해서 또 어미돼지를 잡을 것까진 없는 일이
었는데, 주인은 손수 돼지 목을 땄다. 화가 크게 난 사람
은 거의 미치광이와 다름없다. 그 광기를 조심해야 한다.
나중에야 발견되었지만 어미돼지의 어금니엔 굵은 대못
이 박혀 있었다고 한다. 말 못하는 짐승이었으니 고통과
안타까움이 더 심했을 것이다. 그뒤로 동네 사람들은, 음
식물 쓰레기통에 망가진 못이나 바늘 같은 쇠붙이를 넣
지 않기로 반상회에서 약속했다고 하는데, 주인은 불쌍
한 돼지머리를 안고 슬피 울다가, 이번에는 목을 딸 수도
없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 슬픈 돼지 > / 최승호
                                                                      
       
                                  ... 藝盤 .

시인과 촌장 -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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