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이는 부엌 문소리 바람소리
가랑잎 날으는 소리
어둠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소리
쉬지않고 돌아가는 냉장고 모터소리
시간이 숨가쁘게 기어가는 초침소리
이 세상에 있는 가장 작은 소리들 속에서
밤새
쫓겨 다녔다 땀 흥건히 젖어
깨어난 아침
눈발은 멎고 모든 것 다시 시작하는
하얀 들판을 보며
무엇을 먼저 써넣어야 할까를 생각한다
건너편 야산머리 누웠던 무덤도 지워지고
온 세상 모두 지워진 이곳에
무엇을 먼저 그려넣어야할까를 생각한다.

그저 생각에 빠져 토방을 내려서서
몇 걸음 걷다가
잘못 찍힌 발자국 돌아보며
살아 온 세월은 모두 그런 것이거니
체념부터 시작한다


              < 눈 내린 아침  > / 이경교

                                      
        
                                  ... 藝盤 .


조동진 - 흰 눈이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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