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놓은 창으로 새들이 들어왔다
연인처럼 은밀히 방으로 들어왔다
창틀에서 말라가는 새똥을
치운 적은 있어도
방에서 새가 눈에 띈 건 처음이다
나는 해치지도 방해하지도 않을 터이지만
새들은 먼지를 달구며
불덩이처럼 방 안을 날아다닌다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숨죽이고 서서
저 지옥의 순간에서 단번에 삶으로 솟구칠
비상의 순간을 보고 싶을 뿐이다
새들은 이 벽 저 벽 가서 박으며
존재를 돋보이게 하던 날개를
함부로 꺾으며 퍼덕거린다
마치 내가 관 뚜껑을 손에 들고
닫으려는 것처럼!
살려는 욕망으로만 날갯짓을 한다면
새들은 절대로
출구를 찾지 못하리라
한번쯤은 죽음도 생각한다면...


            < 한 번쯤은 죽음을 > / 조은

                                      
          
                                  ... 藝盤 .


It's a Beautiful Day - White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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