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내가 고통스럽다는 말 못 하게 하세요.
어두운 골방에 앉아 하루 종일 봉투 만들고
라면으로 끼니를 잇는 노파를 아신다면,
하느님, 내가 외롭단 말 못 하게 하세요.
쉽게는 서울 남쪽 변두리를 걸어서
신흥 1동, 2동 언덕배기 하꼬방을 보세요.
골목길 돌아서며 피 토하는 소년을 아신다면
엄마를 기다리는 영양실조도 있었어요.

하느님, 내가 사랑이란 말 못 하게 하세요.
당신의 아들이 아직 인자(人子)로 살아 있을 적에도
먼지 쓴 신자(信者)의 회초리가 드세기도 하더니
세계의 곳곳에는 그 사랑의 신자들 가득하고
신자에게 맞아 죽은 신자들의 시신(屍身),
내 나라를 사랑해서 딴 나라를 찍고
하느님 영광을 찬송하는 소리 들어 보세요.
고통도, 사랑도, 말 못 하는
섭섭한 이 시대 시인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 시인(詩人)의 용도(用途) > / 마종기

                                     
       
                                  ... 藝盤 .


Tramp & Tom Waits / Jesus' Blood Never Failed Me Yet by Gavin Bry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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