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배가 고파서
수나 삶으려고 물을 끊인다
끊어오를 일 너무 많아서
끊어오르는 놈만 미친 놈 되는 세상에
열받은 냄비 속 맹물은
끊어도 끊어도 넘치지 않는다

혈식을 일삼는 작고 천한 모기가
호랑이보다 구렁이보다
더 기가 막히고 열받게 한다던 다산 선생
오물 수거비 받으러오는 말단에게
신경질부리며 부끄럽던 김수영 시인
그들이 남기고 간 세상은
아직도 끊어오르는 놈만 미쳐 보인다.

열받는 사람만 쑥스럽다
흙탕물 튀기고 간 택시 때문에
문을 쾅쾅 여닫는 아내 때문에
'솔'을 팔지 않는 담배가게 때문에
모기나 미친개나 호랑이 때문에 저렇게
부글부글 끊어를 수 있다면
끊어올라 넘치더라도 부끄럽지도
쑥스럽지도 않은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은 참 얼마나 아름다우랴

배고픈 한 밤중을 한참이나 잊어버리고
호랑이든 구렁이든 미친개든 말단이든
끊까지 끊어올라 당당하게
맘놓고 넘치고 싶은 물이 끊는다

               < 물 끓이기 > / 정양 

                
          
                                          ... 藝盤 *.*


Hot Love, Cold World · Bob W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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