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철 파업이 시작된 날, 출근길 버스에 오른다. 더운 입김으로 낯 선 얼굴들은 맞닿아 있다. 흔들리며 스스로를 위로할 말을 찾는다. 늦잠의 해독성에 대한, 일자리의 숭고함에 대한 귀엣말을 삼킨다. 생각을 다스린다. 기를 모아 흩어지는 생각을 뭉친다. 광화문 정거장이다. 한 사내가 호떡을 들고 급히 올라탄다. 막 구 워낸 듯한 호떡이다. 사람들이 그를 밀친다. 호떡이 제 옷에 닿을까 봐 표정을 구긴다. 운전사가 백미러로 그를 바라본다. 차비, 그는 차 비를 내지 않았다. 운전사와 사내 사이의 긴장감이 승객들을 일순 숨멎게 한다. 차비, 사내는 개의치 않는다. 승객들은 필경 사내의 아 침식사일 호떡 먹기를 지켜본다. 어서 다 먹기를. 차비, 운전사의 외 침이 있고나자, 없습니다, 분명히 발화된 그 말은 없습니다라고. 운전사는 황당해진다. 그순간 내 머릿속에서 돌 하나가 튕겨져나가 는 것을 느낀다. 나도 그 말, 하고 싶었다. 없습니다, 아무것도. 전철 파업이 시작된 날, 버스 안은 술렁댔지만, 나는 잃어버린 물건 없이 버스에서 내렸다. 지름길을 두고 길을 찾아 오래 걸었다. < 미로에서 > / 정은숙 ![]() ... 藝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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