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을 살아온 집의 문고리가 떨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았던 문 헛헛해서 권태로워서 열고 닫았던 집의 문이 벽이 꽉 다물렸다 문을 벽으로 바꿔버린 작은 존재 벽 너머의 세상을 일깨우는 존재 문고리를 고정시켰던 못을 빼내고 삭은 쇠붙이를 들여다보니 구멍이 뻥 뚫린 해골처럼 처연하다 언젠가 나도 명이 다한 문고리처럼 이 세상으로부터 떨어져나갈 것이다 나라는 문고리를 잡고 열린 세상이 얼마쯤은 된다고 믿을 수만 있다면! 내가 살기 전에도 누군가가 수십 년을 살았고 문을 새로 바꾸고도 수십 년을 누군가가 살았을 이 집에서 삭아버린 문고리 삭고 있는 내 몸 < 문고리 > / 조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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