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꽃을 보러 나, 바다에 갔었네 바다는 앵두꽃을 닮
은 몇 척의 흰 돛단배를 보여주고는 서둘러 수평선 너머
로 사라졌으므로 나, 사라져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아쉽게
바라보다가 후회처럼 소주 몇 잔을 들이켰네 소주이거나
항주이거나 나, 편지처럼 그리워져 몇 개의 강을 건너 앵
두꽃을 찾아 산으로 갔으나 산은 또한 나뭇잎들의 시퍼런
고독을 들려주었네 남악으로 들려오는 비가를 들으며 나 또
다시 앵두꽃이 피는 항산을 찾아 떠났으나 내 발걸음 비
장했음은, 내 마음속으로 이미 떨어져 휘날리는 꽃잎의
숫자 많았음에랴 그리고 나, 문지방에 앉아 문득문득 앵
두꽃에 관하여 생각할 때마다 가보지 않은 이 세상의 가
장 후미진 아름다운 구석을 떠올리겠지만 앵두꽃을 보기
에 그대만한 장소가 이 세상 또 어디에 있으랴 이제사 고
쵸히 철들어 나, 앵두꽃 보러 그대에게로 가노니, 하늘
아래 새로운 사실은 없고 그 사실 앞에서 앵두꽃이 피지
않을 곳 또한 없음에랴

                 < 앵두꽃을 찾아서 > / 박정대  


                   
                                    ... 藝盤 *.*        
 
소히 -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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