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샘한 새벽이면 유리가루 뿌려진 듯 속이 쓰려서 우리는 무진장 해장국 집으로 몰려간다 기름 때 눌어붙은 침침한 형광등 아래 드럼 통 절반만 한 들통 가득 해장국이 끓고 어여와, 어여... 어여 할머니의 김 서린 목소리가 불룩한 앞치마 자락을 펄럭인다 온종일 북적거리던 번화가 뒷골목은 파장처럼 바람만 부는데 잠 못 자는 사람들은 해장국 집에 모여 불나비처럼 윙윙거린다 당구장 패거리는 네 귀퉁이가 모두 당구대로 보이는지 내기 당구의 미진함을 식탁에 쏟아놓고 모처럼 호구를 꼬신 단란주점 아가씨들은 잔뜩 시켜놓고 이따금 휘젓다가 피그르 졸고 파출소 방범대 아저씨들만 불쾌하게 식욕을 즐긴다 밤새워 야간 작업을 한 공장 패거리 우리네는 구석 쪽에 맥없이 쳐 박혀 졸린 눈꺼풀 무겁게 들어 올리면서 후우 후우 선지를 건지고 싸한 목구멍으로 알코올 이십 도의 불을 댕긴다 < 무진장 해장국 집 > / 장민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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