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폐어 글라스가 있는 찻집. 밖에서는 안이 안 보여도 안에선 환히
내다보인다. 시계는 정오를 막 넘어서고 있다고 알린다. 실내는 조용하
다. 시간마다 정지해 버렸는지……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웨이트레스. 알맞게 안락한 분위기, 열대어들이
유유히 꼬리를 흔든다. 창밖의 물고기들도 우루루 떼지어 간다. 빨간 신
호등 앞에 멈추어 섰던 물고기떼가 파란불이 켜지자 일제히 미끄러져간
다. 잘 길들여진 물고기의 행렬.

   그는 오지 않았다. 조금씩 물기 머금은 구석의 사물들. 그 자리에 오래
있었던 것처럼 편안하다. 시계의 분침이 한 바퀴를 돌고난 뒤에야 그가
마주앉았다.

   담배 한 대 피울 동안, 차 한 잔 마실 동안, 한 컵의 맥주를 마실 동안만
내 눈빛에 머물다 가는 사람. 빗방울이 창을 비껴간다. 비를 맞는 것들이
번들거린다.
 
                   < 비 내리는 날 > / 박지영     
 
     
                                    ... 藝盤 *.*       
 
배따라기 - 비와 찻잔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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