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신경이 멀어지는 것은
즐거운 일
고통은 삐걱거리는 마루처럼
디딜 때만 소리를 낸다.
수리하기로 마음먹는다.
출근하려고 구두를 신을 때
목수들이 신나게 초인종을 누른다. 

버스 정류장 옆에 그 소년이 없다.
목발 짚고 일간스포츠 곁에 붙어 서 있던
아이
대신 가죽잠바를 입은 사내가 앉아 있다. 

없으면 없을수록 마음 가볍지
난 예수가 아냐
로마 병정도 아니고
예루살렘 대학에서 아랍어를 가르치
별들이 무사한 것을 보고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지도 않고 

내가 만만하게 차서 발이 아플
돌멩이는 없었어. 

돌아오는 길에는
10층 창 위에서 유리 닦는 사내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보았어.
저녁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
빛나는 창, 그 많은 창 하나에 매달려
전혀 빛나지 않게 내려다보는 것을 보았어. 

목수들이 파업만 했더라도
예수를 십자가에 달지 못했을 텐데. 

목수들은 하루종일 마루를 고치고
나머지 목재로 사다리를 만들었다.
발을 굴러도 마루가 삐걱대지 않는다.
소리가 더 깊이 들어갔을까
더 깊은 데, 우리가 자갈처럼 가라앉아
더 이상 남이 될 수 없는 데. 

사다리 둘 곳을 찾다가
이사온 후 처음으로
슬라브 지붕에 올라간다.
각목이 모자라 두 칸은 베니어를 겹으로 붙여
내 가벼운 무게도 모르고 마구 떤다. 

떨림이 멎지 않는다 동남쪽으로
모래내 골짜기가 펼쳐져
있다 묘사 덜 된 소설처럼 그러나
신기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지붕과
굴뚝을 달고 집들이
모여 있고 헤어져 있다 어스름이
내린다 손이 흔들린다 어디선가
낙엽 한 장이 날려와 흔들리는 손에
잡힌다 메말라붙은 신경이
선명하게 보이는, 

신경이 모두 보이는 이 밝음!
공포, 생살의 비침, 이 가을 한 저녁.


         < 지붕에 오르기 > / 황동규

 
                                                                       
                                                                                          ... 藝盤예반 *.*
 


Fiddler on the R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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