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즐거운 일 고통은 삐걱거리는 마루처럼 디딜 때만 소리를 낸다. 수리하기로 마음먹는다. 출근하려고 구두를 신을 때 목수들이 신나게 초인종을 누른다. 버스 정류장 옆에 그 소년이 없다. 목발 짚고 일간스포츠 곁에 붙어 서 있던 아이대신 가죽잠바를 입은 사내가 앉아 있다. 없으면 없을수록 마음 가볍지 난 예수가 아냐 로마 병정도 아니고 예루살렘 대학에서 아랍어를 가르치 고별들이 무사한 것을 보고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지도 않고 내가 만만하게 차서 발이 아플 돌멩이는 없었어. 돌아오는 길에는 10층 창 위에서 유리 닦는 사내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보았어. 저녁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 빛나는 창, 그 많은 창 하나에 매달려 전혀 빛나지 않게 내려다보는 것을 보았어. 목수들이 파업만 했더라도 예수를 십자가에 달지 못했을 텐데. 목수들은 하루종일 마루를 고치고 나머지 목재로 사다리를 만들었다. 발을 굴러도 마루가 삐걱대지 않는다. 소리가 더 깊이 들어갔을까 더 깊은 데, 우리가 자갈처럼 가라앉아 더 이상 남이 될 수 없는 데. 사다리 둘 곳을 찾다가 이사온 후 처음으로 슬라브 지붕에 올라간다. 각목이 모자라 두 칸은 베니어를 겹으로 붙여 내 가벼운 무게도 모르고 마구 떤다. 떨림이 멎지 않는다 동남쪽으로 모래내 골짜기가 펼쳐져 있다 묘사 덜 된 소설처럼 그러나 신기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지붕과 굴뚝을 달고 집들이 모여 있고 헤어져 있다 어스름이 내린다 손이 흔들린다 어디선가 낙엽 한 장이 날려와 흔들리는 손에 잡힌다 메말라붙은 신경이 선명하게 보이는, 신경이 모두 보이는 이 밝음! 공포, 생살의 비침, 이 가을 한 저녁. < 지붕에 오르기 > / 황동규 ![]() Fiddler on the Roof |
'The Mirror Of 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 ♬ (0) | 2016.04.11 |
---|---|
'불 끈 기차' ♬ (0) | 2016.04.09 |
'아침의 향기' ♬ (0) | 2016.04.07 |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 (0) | 2016.04.06 |
'송도 앞 바다를 바라보면서' ♬ (0) | 2016.04.05 |